휠체어 럭비 국내1인자 정종대
철부지 때 실수로 시련… 혼자서 팀득점 40% 해내,
연말엔 또 日 초청선수로
휠체어 럭비는 1977년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그 뒤 10년 넘게 '머더볼(murderball)'로 불렸다.
지체 장애인 중에서도 목뼈를 다쳐 팔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하는 스포츠에
왜 '살인(murder)'이란 말이 붙었을까.
이는 휠체어 럭비가 그만큼 격렬하다는 뜻이다.
이 스포츠에서 '태클'은 금속으로 만든 휠체어와 휠체어가 맞부딪치는 것이다.
정종대(27·지체장애 1급)는 이런 휠체어 럭비에서 국내 최고다.
지난달 장애인체전에선 서울시 대표로 네 경기에서 85점을 넣었다. 팀 득점(205점)의 40%를
해낸 것이다. 올 5월엔 한국 선수론 처음 일본 니가타 클럽팀 '불독스'의 초청을 받아
북일본리그에서 뛰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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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을 품은 채 돌파를 시도하는 정종대(가운데). 휠체어끼리 부딪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선수들은 손과 허리 등을 보호하는 장구를 착용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제공
그는 17살이던 2000년에 장애를 안게 됐다. 경기도의 한 공고에 입학한 지 석 달 만이었다.
석 달간 그가 학교에 나간 건 세 번 뿐이었다. 한마디로 문제학생이었는데 운명이 바뀐 날에도
그는 수업을 빼먹고 있었다. 친구 여섯과 술을 마신 날 친구 하나가 아버지 몰래 '무쏘' SUV를
가지고 나왔다. 철부지들은 술에 취한 채 시흥대로를 달렸다. 차가 뒤집혀버렸다.
"속된 말로 '칼질'이라고 하죠? 막 속도 내면서 차선을 왔다갔다했어요."
아무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은 모두 타박상, 찰과상 정도에 그쳤다.
만취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던 친구 뒷자리에 앉았던 정종대도 제 힘으로 차에서 빠져나왔다.
경찰이 오기 전에 도망가려던 그는 몇 걸음 옮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경추를 다친 줄 모르고 섣부르게 움직인 탓이었다. 애초부터 응급구급요원의 도움을 기다렸더라면
하반신이 마비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푹 쉬다 나가면 되겠구나 생각했죠.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병원을 전전했으나
하반신은 쓰지 못하게 됐고 팔의 운동기능도 떨어졌다. 재활해보려 2003년 휠체어 농구를
시작했는데 슛이 골대에 못 미치기 일쑤였다. 벤치 신세만 지기가 싫어 2004년에 휠체어 럭비에
눈을 돌렸다. 당시 국내에 도입됐던 휠체어 럭비의 운동효과는 컸다.
운동 부족으로 한때 98㎏까지 나갔던 몸무게가 52㎏로 줄었다.
정종대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휠체어 럭비가 적성에 딱 맞았다.
악착같이 공을 쫓고 태클도 마다하지 않는다. 작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한 대회 때 그런 그를 일본
대표선수 다카하시 요시노부가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는 정종대에게 "내가 속한 불독스 팀에서 함께 뛰자"고 했다. 일본 체재비용을 대는 조건이었다.
일본은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에서 미국, 캐나다에 이어 3위를 한 휠체어
럭비 강국이다.
정종대는 "사실 작년에 실력이 모자라고 직업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그만두려고 했는데
(일본의 제안을 받아) 다시 목표가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5월 초부터 3주쯤 새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출전한 센다이(仙台) 북일본리그
대회를 3승1패로 우승했다.
11월 말쯤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12월 10일부터 지바시에서 10개 팀이 겨루는 전일본선수권에
불독스 선수로 참가한다. 정종대는 "어머니는 전에 제가 혼자 일본 가는 걸 반대하셨는데,
요즘은 자랑스러워하세요. 전 다치고 나서 더 사람 구실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태극 문양을 달고 장애인올림픽에서 뛰는 것이다.
현 세계 18위인 한국이 세계 8강의 잔치인 장애인올림픽에 나가려면 갈 길이 멀다.
일단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부터 따라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종대에게 한계란 태클로 돌파해야 할 또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휠체어 럭비
농구장 규격(길이 28m·너비 15m)의 코트에서 선수 넷이 8분씩 4피리어드씩 뛴다.
공을 지닌 상태에서 휠체어로 코트 양끝 가운데에 있는 키 에어리어(가로 8m·세로 1.75m)를
통과해 골라인을 지나면 1점씩 얻는다. 공은 배구공과 비슷하다.
공을 가진 선수는 10초 이내에 드리블이나 패스를 해야 한다. 대한장애인럭비협회(회장 김성태)가
내년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회를 유치했다.






